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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화평마을 2020. 3. 29. 04:56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모두의 사랑이 무사하기를.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 시공사 / 2016. 3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읽고 이도우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서 찾아 읽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읽었지만 처음 나온건 2004년이더라구요. 

벌써 나온지 16년이나 됐네요! 와우!

 

 

 

라디오 작가인 진솔과 PD인 이건이 만나 

알콩달콩, 때론 시련을 겪으며 사랑을 쌓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진솔이 사랑에 빠지는 그 모습이 한때의 저 같아 참 많이 공감이 됐어요.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려 손가락으로 빗어 넘기다가 

문득 맞은편 난간에 기대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건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그가 싱긋 웃었고 순간 진솔의 심장이 두근, 뛰었다.

"심장병인가.....?"

 

 

 

건PD가 언제든 부르면 결국 달려나가게 되고, 

그의 마음이 어디쯤 있을지 살피게 되고,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고.

사랑을 고백하게 됩니다.

 

 

건이에게는 10년을 서로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어디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픈 선우와 그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애리가 있죠.

속썩이는 선우때문에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애리는 건PD에게 참 많이 의지합니다.

 

 

맞아요. 건이는 애리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솔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죠.

 

 

"너, 차라리 나한테 와라."

 

 

언젠가 엉망이 되어버린 네사람의 술자리.

그곳에서 건이는 애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진솔이 그자리에 있다는 것도 잊고 말이죠.

 

 

이 장면이 참 오래도록 생각이 났는데요. 

사랑이란 감정이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 정말 나는 그를 사랑하는 걸까요.

 

편안하고 좋은데,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 

그 사람을 만나는 감정은 또 뭘까요.

 

 

그런 건을 보며 진솔은 생각합니다.

 

 

건의 마음이 마치 마른 땅처럼, 오랜 가뭄에 갈라진 흙바닥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먼지가 일어나는 건조한 슬픔.

그를 적셔줄 샘물 같은 사랑이 그녀에게 있을까?

자신 없었다.

그렇게 샘솟는 사랑.

끝없이 흘려보내주는, 적셔주는 그 어려운 사랑.

진솔은 서글프게 속삭였다.

 

 

 

진솔의 마음이 공감이 됐던 부분입니다.

진솔이, 꼭 나 같아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사랑도, 사람 마음도 이렇게 낱낱이 뒤적여가며 볼 수 있다면 좋겠지.

볕을 모아 불씨를 만드는 돋보기처럼, 좋아하는 이의 마음에 누구나 쉽게 불을 지필 수 있다면 좋겠지.

사랑때문에 괴로운 일 없겠지.

 

 

 

사랑이 별건가 싶다가도,

또 사랑이 전부인것만 같은.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가장 생각나는 구절은 이거였어요.

 


- 실은 유물론이 옳을 거예요.

  인생은 한 번 뿐이야.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거고.

  이번 생에 못 이뤘으면 그만이지, 다음을 기약한다는건 웃긴 말이야.

 

- 죽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요. 아닐수도 있지....

 

- 설령 윤회가 있다고 쳐요. 당신, 전생을 기억하나?

  아무것도 모르잖아.

  내가 알지 못하는 전생과 다음 생을 왜 생각해요.

  이번 생을 살아야 하는 건데.

 

피식 웃는 그의 음성이 씁쓸하게 들렸다.

 

 

- 정말 원하는건, 이번 생에서 해야 해.


 

언젠가 오랜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저는 윤회가 있다고 이야기했고, 그 친구는 죽으면 그냥 끝! 이라고 말했었죠.

영혼도, 귀신도 사라지고 그냥 끝이라고.

그러니까 살아있는 오늘을 더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고.

 

 

책을 읽는 내내 그 친구가 떠올랐어요.

 

친구야, 어디서 잘 살고 있니.ㅋㅋ

 

 

 

그래서 건이와 진솔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요.

 

이도우 작가의 책 속 인물들은 꼭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아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은섭과 해원도. 굿나잇 책방도요.

 

 

잔잔한 연애소설이 보고싶다면 추천합니다.

 

 

 

 

2020년 3월 17일 읽고 3월 29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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