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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므레모사

화평마을 2022. 3. 11. 22:25

안녕하세요, 화평입니다.

 

 

소설, 좋아하세요?


저는 소설이 너무 좋아요. 어릴 때부터 이야기책을 좋아했는데요.

아무래도 소설 속 세상은 현실이랑 다르고, 잠시 다른 세상에 살다가 오는 기분도 들고요.

또 사춘기 한창 예민하고 걱정 많던 시절 도피처가 되기도 했거든요.

그때 저를 지켜줬던 게 수많은 소설책들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소설책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요즘 제가 푹 빠져있는 작가가 있어서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어 소개합니다.이미 너무 유명한 작가인데요.김 초엽 작가입니다!

 

SF소설 분야에 단연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유명한 분이시죠.김 초엽 작가 책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접했는데요.짧은 단편 단편들이 모두 인상 깊어서 첫눈에 반했었어요.그 뒤로 김초엽 작가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는데, 오늘은 그 중 가장 신간을 소개합니다.

 

 

 

므레모사, 김초엽, 2021, 현대문학

 

 

김초엽작가의 소설 속 세상은 미래 어딘가 꼭 일어날 것만 같은 재난 속 세상인 경우가 많은데요.

재난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애정이 잔뜩 드러난 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번 소설 <므레모사>는 SF 호러 스릴러물이더라고요!

아, 제가 또 스릴러 너무 좋아하거든요.

 

 

 

므레모사 지도. 출처 : 현대문학 &lt;므레모사&gt; 보도자료 이미지

 

 

배경이 되는 므레모사는 이렇게 생겼어요. 

 

 


므레모사는 한 도시예요. 독재와 억압 속에서 고립되었던 나라 이르슐, 그중에 므레모사란 도시 속 렘차카 특별구역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이 유출되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됩니다. 이곳은 당연히 출입이 금지되었고, 오랫동안 비밀에 싸여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죽음의 땅이라고 부르기도 했죠. 하지만 이곳은 다른 이유로 유명했는데요. 귀환자들에 대한 소문 때문이었었습니다. 그런데 이 귀환자들의 모습이 마치 좀비 같았다는 거예요.

어느 날 므레모사가 처음으로 외부인에게 문을 열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초청 이벤트를 열어 6명의 참가자가 므레모사에 도착합니다. 여기에는 주인공인 유안도 포함되었어요. 유안은 다리를 잃고 의족으로 춤을 추는 무용수였어요. 유안 외에 관광학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이시카와, 다크 투어리스트 헬렌, 여행 매거진 기자 탄, 여행 유튜버 주연, 여행가로 보이는 레오가 함께 여행을 시작합니다.

여행 첫날밤, 유안은 우연한 사고로 레오에게 므레모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의족을 단 무용수, 유안.

유안은 이 여행에 왜 참여하게 된 걸까요?

 

p.70-71.

"사실은 알 것 같아요. 언니는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을 만나러 온 거죠? 죽음의 땅에서도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 희망을 가지고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정말로 좀비처럼 변했어도 뭐 어때요.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분명 우리가 귀환자들에게 배울 게 있을 거예요. 반대로 언니가 그 사람들에게 영감이 될지도 모르고요. 아, 언니랑 그런 인터뷰 할 생각 하니까 벌써 너무 두근거리는 거 있죠?"

 

사실 그간 김초엽 작가의 책은 "죽음의 땅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희망을 가지고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글을 읽으면 상황은 어두웠으나 마음이 따뜻했거든요. 다음이 어떨진 모르지만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레오는 자신이 아끼는 연인이 므레모사에 가서 행방불명이 되었고, 이곳에 뭔가 의심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찾아오게 된거죠. 레오와 유안이 의기투합해 므레모사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는 동안, 다른 일행들은 갑자기 므레모사에 머무르겠다고 합니다. 장기 거주를 하겠다는 거죠. 그곳의 비밀을 알아가고, 유안과 레오가 쫓기고, 그들을 쫓는 무리가 있고........

마지막 유안의 선택은 정말 대반전이었어요.

생각해보면 그간 유안의 이야기 속에서 유안이 꿈꾸는 게 어떤 삶인지 알 수 있었는데도 주안의 말처럼 "살아간다는 것"만 옳다고 생각해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p.90-91.

"솔직히 말하면, 예전만큼 춤추거나 움직이는 일이 기쁘지 않아. 사실은 움직임을 완전히 멈출 때, 가만히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하게 느껴져. 이건 상실과는 다른 것 같아. 상실은 잃어버린 거지만, 나는 그냥……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거야. 일종의 '변신'을 경험한 거지."
나는 최대한 유쾌하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한나는 내 말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유안, 마음을 잘 다잡아야 해. 지금 넌 회복되고 있는 거야. 몇 년이 걸리건, 나아지고 있는 거라고. 잃어버린 것을 자꾸 의식하지 마.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고도 편안할 수는 없어. 우리가 쉴 때도 우리는 끊임없이 몸을 뒤척이잖아. 살아 있는 건, 곧 움직이는 거야. 왜 '생동한다'는 표현을 쓰겠어?"
그 이후로 나는 한나에게 다시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한나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한동안은 '움직임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계속해서 나를 찾아왔다.
특히 깊은 밤에, 내가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침대 위에서 신음하다가, 문득 그 모든 통증들이 물러나고 나의 움직임도 근육도 고요해지는 어떤 새벽에.
고정된 것은 나를 편안하게 한다.
정적인 세계는 내가 돌아가야 할 고향이다.
어느 순간 나는 그런 생각을 도저히 멈출 수 없게 되었다.

 

 


김초엽 작가의 <로라>와 <마리의 춤>이 읽는 내내 생각났어요. 

인터뷰를 보내 작가 역시 그 두 작품의 변형이었다고도 했고요. 

두 작품을 보면서 장애와 비장애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 소설의 유안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한나의 "살아 있는 건, 곧 움직이는 거야."란 말이 가지는 의미와 그 말이 어떤 이들에게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정적인 세계를 꿈꾸는 유안에게는 "당신들처럼 되고 싶어요! 부디 나를 받아주세요"라는 마지막 말이 정말 간절한 외침이 아니었을까요. 다른 방식의 삶을 꿈꿨다는 말도 참 인상 깊었어요.

 

우리는 다양한 방식의 삶을 받아들이는데 조금 어려워합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지요.

 

서로 다른 삶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쨌든, 김 초엽 작가의 므레모사, 추천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