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마을 문화방/화평일지

꽃은 피는데.

화평마을 2020. 3. 24. 16:15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덮어도 꽃은 핀다.

 

처음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되었을 땐 곧 괜찮겠거니 했더랬다.

서울은 확진자가 나왔다, 어쩐다 해도 내가 사는 아랫동네는 딴세상 이야기라 그리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처음 우리지역에 확진자가 생기고, 마스크를 써야한다, 외출을 삼가야한다 하며 집에 지낼때만 해도 3월 입학때는 괜찮겠지 했다.

개학이 미뤄지고, 집에서만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겨울바람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더니 계절은 바뀌고, 꽃은 핀다.

나뭇가지엔 새순이 돋아 봄을 맞는다.

 

꽃은 피는데, 마음은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새학기는 시작되지 않았고, 우리는 여전히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4월이 되면 괜찮을까, 5월이 된 들 괜찮을까 걱정이 앞선다.

정작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운가 보다.

구석구석 숨겨있던, 평소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많은 놀이를 찾아 한다. 

그림을 그리고, 글라스데코를 하고, 종이접기를 하고. 

미뤄뒀던 한글공부도 시작했다. 

어느날엔 아무도 없는 들판 어디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

 

꽃이 피니 사람들 마음도 들뜨나보다. 

얼마전엔 꽃놀이를 떠났던 확진자 때문에 또 다른 사람들이 감염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가까운 진해엔 벌써부터 사람들이 올까 전면 통제령이 내려졌다.

 

올해는 창문 너무 핀 꽃을 감상하는 걸로 대신해야겠다.

아이들이 학교가는 그날을 위해 좀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꼭 필요한 일들이 아니라면 잠시 멈추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이 시간들이 지나가기를 바래야겠다.

 

 

2020. 3. 24.